갤리온과 상선

캐럴은 자신의 직계 후손인 갤리온이 출현하기 전까지 200년간 대표적인 상선으로 손꼽혔다. 주로 지중해에서 베네치아와 제노바 사람들이 운영했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람들이 탐사나 무역을 위해 대서양 일대로 떠날 때도 많이 사용했다. 캐럴은 당대 조선술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선미가 둥글고 키가 경첩으로 고정된 선미재 위로 널빤지가 튀어나와 있다. 이물과 고물의 선루는 간단한 대에 난간이나 그물을 둘러친 가벼운 구조물로 바뀌어, 배의 양 끝에 부담을 주지 않고 더 빠르게 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앞에서 언급한 파치가니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캐럴의 삭고를 엮어두는 돛대는 2개로 주 돛대와 뒷동대로 나뉜다. 그러나 나중에는 전통적인 3개의 돛대로 이루어진 장치를 도입했다. 이 시기에 이르러 추진력의 수단으로 돛이 노보다 우월하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돛을 다루는 기술은 북유럽인에 의해 발전을 거친 이후 상당한 수준에 달하여 클리퍼 clipper나 윈드 재머가 등장할 때까지 크게 개선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주된 동력은 주 돛대에 매단 커다란 사각 돛으로 확보했으며, 기동성은 고물에 세운 쉿 돛대에 매단 작고 가벼운 돛 2개에 의해 좌우되었다. 2개의 돛은 각각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과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배를 돌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듯 배의 성능을 향상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돛의 숫자는 늘어났다. 이물 앞쪽에는 진짜 사각형 돛인 사각 돛이 제1 사장에 부착된 활대를 향해 기울어져 있었다. 주 돛대에는 사각 중간 돛을 매단 중간 돛대를 대어 길이를 연장했다. 사각 주에는 보닛을 달았다. 보닛은 앞서 설명했듯이 돛의 표면적을 늘리기 위해 돛의 아래쪽 모서리에 덧대는 캔버스 천으로 만든 띠를 가리킨다. 이것은 고대 이래로 사용된 돛을 접는 방식을 대체하여 북유럽에서 개발한 시스템이다. 이 장비는 산타마리아 Santa Maria 호에 장착되었다. 산타마리아호는 14세기 말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발견했을 때 사용한 소규모 선단의 사령선이다. 콜럼버스는 이 배를 '나온 NOA'라고 불렀다. 나오는 '배'라는 뜻을 가진 포르투갈어로, 커다란 돛단배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었다. 확인할 수 있는 그림 자료는 남아 있지 않지만 캐럴이었다. 콜럼버스는 항해일지에 이 배의 삭고 와 건조법에 관해 자세한 설명을 남겼다. 산타마리아호는 결코 규모가 큰 캐럴이 아니었다. 선체 길이는 23.9미터, 폭은 8미터가량의 고 추정된다. 그 시대의 캐럴은 대체로 이보다 규모가 컸다. 대영박물관에 보관된 조선술에 관 안 논문을 보면 대형 캐럴의 경우 길이가 38미터, 용골 길이 20미터, 폭이 10.4미터로 기록되어 있다. 화가 자고 포 그 바르바Jacopo De Barbari가 14세기에 그린 풍경화에는 산타마리아호보다 훨씬 큰 베네치아의 캐럴이 나온다. 이 그림의 범선에서는 중대한 기술 혁신의 성과를 엿볼 수 있다. 돛대가 4개인 것이다. 고물 끝에 설치하는 4번째 돛대는 '보나벤투라 Bonaventure'라는 제2 뒤 돛대로서 전체적으로 돛의 균형을 맞추고 배를 바람 불어오는 쪽으로 돌릴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캐러멜은 15~16세기에 이용된 화물선이 100~300톤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었다. 3개의 돛대와 제1 사장을 갖추고 있었으며, 삼각돛을 달았다. 콜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했을 때 몰고 간 선단은 2척의 캐러멜 피타 Pinta 호와 너나 Nina 호, 그리고 조금 더 규모가 큰 캐럴인 산타마리아호로 이루어져 있었다. 캐러멜의 정의는 매우 모호하다. 이 단어는 1255년 공표된 '알폰소 3세의 칙령'에 처음 등장했다. 이 칙령에서 캐러멜은 대서양의 포르투갈 영해에서 어선으로 쓰이던 배를 가리켰다. 이후 캐 라벨은 돛대가 2개 있고 삼각돛을 단 소규모 상선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됐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태양의 경로를 따라 인도로 간 첫 번째 항해 길에 2척의 캐러멜 핀타호와 니나호를 사용한 덕분에 캐러멜은 유명 해졌다. 해양 사가들이 캐러멜이라는 용어를 주목하는 것은 철자법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16세기 이래 사용된 '카르 벨 carvel'이라는 단어는, 이어대기 공법으로 제조한 배와 달리 널 뻔 지를 겹치지 않고 가지런히 붙여 만든 배를 말한다. 15세기 북유럽의 조선술에는 2가지 발전이 있었다. 키의 도입과 선체를 구성하는 판자가 구조재 역할을 하다가 하중을 받는 골조직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초기의 이어대기 공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널빤지를 다 조립한 다음 골조를 집어넣었다. 15세기 후반의 어느 기록에는 1459~1460년경 네덜란드와 덴마크에서 최초로 크라 벨셰펜 cravelschepen을 건조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크라 벨 요리사에는 포르투갈식 캐러 벨의 모양을 따라 카르벵식으로 만든 배였다. 카르벵식 건 조술은 선체를 두껍게 하여 외판을 튼튼히 하는 한편 선체 외판을 골조에 단단히 고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골조를 먼저 만든 다음 선체를 골조에 고정하려면 곡선으로 이루어진 골조의 형태를 정확히 그린 설계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선체 외판을 정확하게 조립할 수 있다. 정확한 축소도를 그리는 기술은 17세기 이후에나 발명되었으므로 그보다 200년 전에 배의 골조를 먼저 만들었을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네덜란드 편년 사가들도 사실에 근거하여 기록을 남겼을 것이다. 15세기에 크라벨셰펜을 건조할 때는 기존에 있는 배의 돛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 만들거나 선체 전체를 가로지르는 골조가 아니라 기준이 되는 늑골 몇 개를 먼 저 만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콜럼버스와 카르벵 제조법 덕택에 캐러멜은 항해 사상 가장 유명한 배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